[2025 바르셀로나 MWC 참가] 외신기자도 관심 갖는 신개념 웨어러블 로봇 스텝업
춤추고, 눈 맞추고, 대화까지… AI 업고 진화하는 로보틱스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5(MWC25)’ 개막 이튿날인 4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마련된 한 전시장 무대 위에서 검은색 원피스와 빨간색 카디건을 차려입은 단발머리 여성이 춤을 추자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자세히 보니 아랍에미리트(UAE) 1위 통신사업자인 이앤(e&) 그룹이 영국 로봇기업 엔지니어드 아츠와 함께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미라’였다. 아미라는 관람객이 다가와 질문을 던지자 눈을 맞추고 다양한 표정과 손짓으로 거침 없이 대화를 이어 나갔다. “어떤 색을 좋아하냐”고 묻자 “빨간색”이라고 답하고는 당신은 어떤 색을 좋아하느냐고 되물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해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차량 등 실물 하드웨어에 탑재되는 ‘피지컬 AI’가 주목을 받으면서 이번 MWC25에서도 아미라를 비롯한 다양한 로보틱스 기술이 등장했다. 시장조사 업체 데이터브리지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2023년 17억3000만 달러에서 2031년 232억 달러로 연평균 38%가량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인 LG유플러스의 전시장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가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에이로봇이 개발한 2족 보행 로봇 앨리스에 LG유플러스의 AI 기술인 ‘익시’가 탑재됐다. 관람객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맞히면 직접 음료를 집어 선물로 건넸다. LG유플러스와 앨리스는 협력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시 공간을 돌아다니는 로봇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가 만든 휴머노이드 ‘G1’은 이리저리 활보하며 관람객에게 손을 흔들거나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글로벌 로봇기업 로보코어가 만든 스크린 부착 형태 범용 보조 로봇 ‘테미’도 AI를 통해 스스로 목적지를 정해 이동했다. 테미에 혈압 모니터와 센서 등을 달면 병원에서 환자의 체온과 얼굴 표정을 기록할 수 있다.
특정 산업에 특화된 로봇 기술들도 주목을 받았다. 국내 기업 에프알티로보틱스가 개발한 ‘스텝업’은 허리에 무리를 주는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근로자의 허리 근육을 보호하는 웨어러블 로봇(엑소스켈레톤)이다. 무거운 짐을 들었다 놓았다 하거나 허리를 굽혀 작물을 수확하는 등 반복 작업의 피로를 덜어 주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에프알티로보틱스 장재호 대표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AI를 탑재해 사람처럼 일하게 하려면 작업 지능 기술이 필수 요소”라며 “이를 개발하기 위한 데이터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기업 스타로보틱스에서 출시한 ‘와치봇’은 생성형 AI를 탑재해 화재, 가수 누출 사고 등 산업 현장 문제뿐만 아니라 보안시설 칩입, 폭동 등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는 위험 요소를 파악하는 데 특화됐다. 유럽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재활 지원 로봇 솔루션 ‘인로빅스 리햅’은 3차원(3D) 센서를 통해 운동, 인지 및 사회 장애가 있는 환자의 신체 데이터를 스캔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최적화된 운동 동작을 제시한다.
이번 MWC25에서는 확장현실(XR)에 대한 다양한 비전도 제시됐다. 글로벌 이동통신 장비 제조사 에릭슨은 통신망에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해 관람객들이 실제로 닛산 차량 전시장을 둘러보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국내 에듀테크 기업 아티젠스페이스는 AR과 AI를 교육 콘텐츠에 접목한 ‘아티’를 선보였다.